[서평] 채식주의자
2016년에 유명하다는 맨부커상을 받은 '채식주의자'를 얼마전 읽었다.
글은 재미있었다. 하지만 읽은 뒤, 머릿속은 복잡했다. 작가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싶어하는지 잘 몰랐기 때문이다...
소설가 한강이 말하길, 소설은 인간 본질에 대한 질문이라고 한다. 책 '채식주의자'를 통해서는 억압받는 인간의 내면세계를 표현했다고 한다. 이러한 간략한 배경을 알고나니 소설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는 있었다.
1부는 영혜를 통해 가해자/포식자로써 스스로를 인식한 자아가 어떻게 불안을 겪는지 나타낸 것으로 생각된다. 2부는 불안을 겪은 자아를 형부를 통해 왜 그런 불안을 겪은 것인지 그 원인을 살짝 비춰준다. 특이한 점이라 생각되는 것은 가족이 아닌, 그리고 성적 탐욕을 취한 형부를 통해 영혜가 왜 불안해하게 되는지 조금이나마 더 가깝게 보여준다는 것이다. 3부에서 영혜는 결국 어떠한 폭력을 가하지 않는 나무가 되려는 망상에 빠지고 식음을 전폐한다. '왜 죽으면 안되?'라는 질문을 언니에게 한 것으로 보아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 존재를 나무로 보고 이는 죽음을 통해 이룰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.
사실 아직까지도 내가 이해할 수 있었던 소설의 주요 인물은 영혜의 언니 뿐이라 지금도 서평이 쉬이 써지진 않는다. 하지만 억압받는 인간의 내면세계를 표현했다는 작가의 인터뷰를 보고 좀 더 와 닿긴 했다. 나는 누구든지 다양한 형태를 통해 억압 (또는 폭력에 있어) 가해자가 되기도,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고 생각한다. 특히 이는 늘 변하는 관계에서 생성되며, 가해/피해는 바뀌기도 한다. 내 생각에 영혜는 그 이중성에서 오는 혼란함을 못 이겨낸 것으로 생각된다. 아마도 어렸을 때 부터 받은 주기적인 학대와 타고난 유순함 때문이 아닐까 싶다.
세상 누구나 소설에 나올 법한 가해자/피해자의 모습을 띌 수 있다고 생각한다. 추가적으로, 그 모습에서 억압받는 사람은 양면성을 띌 수 밖에 없는데 서평을 쓰며 그 부분을 좀 더 생각해 보았다.
댓글
댓글 쓰기